[매일경제] 한류에 관심이 많은 싱가포르인 A씨. 첫 방문한 부산이지만 그는 자신만만하다. 폰 비서 덕택이다. 아침에 호텔을 나서며 '그랩(Grab)' 앱을 활용, 택시를 부른다. 자국에서 쓰던 바로 그 앱이다. 그림 같은 해운대 바다 앞. 그는 바로 '스노우(Snow)' 앱을 가동한다. 해운대 바다 앞에서 셀카. '뽀샵' 효과를 살리자,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런치 타임엔, '네이버' 앱을 켠다. 익숙한 듯, 맛집을 검색, 노련하게 꿀맛 식사를 마친다.
요즘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일상이다.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지역 인바운드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포럼'에서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SK텔레콤이 매지스와 함께 2023년 9월 한 달간 한국을 방문해 SKT 로밍서비스를 사용한 외국인 관광객 약 50만명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다.
ㆍ한국 여행오는 외국인들 자동번역 서비스 활용해 국내 포털서 정보 검색
ㆍ해운대 가면 횟집 아닌 고깃집서 삼겹살, 먹방 제주 여행 땐 '카페 트립'
ㆍ한류/관광 연결고리 제시, 맞춤 콘텐츠 발굴에 도움, 인구 감소지역서 주목할만
국내 포털 그대로 활용하는 외국인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글로벌 앱 활용 대신 한국어 채널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는 사용자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것. 분석 결과 '네이버'가
16.5%로 활용 빈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 9.2%, '네이버 블로그' 2.1% 등의 순이었다.
한국어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포털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한 셈. 최근 발달한 자동번역 서비스의 도움으로 언어장벽이 완화된 게 주요인이다.
K팝과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빅데이터 포럼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동옥 SK텔레콤 부장은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택시 호출 서비스의 경우 동남아는 '그랩', 북미는 '우티'를 주로 사용하는 등 국적별 사용 특성도 반영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랩' 등 외국 택시 호출 앱을 한국에서 그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부터 카카오T와 해외 앱 서비스 교차 연동을 통해 가능해진 서비스다.
해운대에서 삼겹살 먹는 외국인
빅데이터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꾸어 준다. 대표적인 게 맛집 선호도다. 부산 해운대를 가면, 누구나 회를 즐길 것 같은데,
아니다.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하나카드의 외국인 음식점 카드 결제 분석 결과는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카드가 나이스지니와 함께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외국인의
카드 결제 내역과 음식점 메뉴 주문 POS 데이터를 합산해 분석한 결과다.
부산 해운대에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먹방은 해산물이 아닌 갈비·삼겹살(21%)이다. 해산물로는 조개구이가 6위(4.1%), 횟집은 19위(1.2%)로 나타나
우리 국민들의 입맛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제주도에서도 대한민국 K고기류는 으뜸으로 꼽힌다. 갈비·삼겹살(18.2%)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2위에 오른 곳은 의외로 커피전문점(17.5%)이다. 전국 평균(커피전문점 5.9%)에 비해 제주도에서의 카페 사랑은 외국인에게도 유독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최병정 하나카드 상무는 "의외의 결과다. 제주도는 특히 외국인들의 카페 사랑이 각별하다"며 "서귀포 권역에서 가장 큰 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묵는 외국인들이 숙소 주변 카페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타 지역에서는 그 지역 대표 메뉴가 역시나 1위에 올라 있다. 강릉은 순두부(14.1%), 전주는 제과점(28.2%), 안동은 찜닭(28%)이 차지하는 등
외국인도 지역의 인기 메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빅데이터가 제시하는 지방소멸 해법
이번 관광 빅데이터 포럼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최초로 개최한 데이터 관련 포럼이다. '외국인 관광객 지역관광 활성화'를 테마로, 빅데이터
기반 방한 외국인의 지역별 여행 행태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션1'에는 전국 지자체 및 업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SK텔레콤과 하나카드 외에도 라이트하우스(Lighthouse·예전 OTA Insights)의 이희라
한국총괄대표는 '검색 데이터를 통한 지역 미래 수요 예측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구글 등 해외 검색엔진에서 부산 관광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7박 숙박의 2024년 3월의 검색량이 전월 대비 4.5% 증가했다.
점차 장기 숙박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2024년 상반기 숙박 수요도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반면, 숙박요금은 5% 감소해 부산 호텔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검색 데이터를 활용하면 외국인들의 한국 내 미래 수요를 예측할 수 있고, 여행 행태 변화에 따른 대안까지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세션2'에서는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의 임혜미 전임이 '인구감소지역 관광 대응을 위한 관광 문제점 및 방문객 특성 분석'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인구감소지역 89개, 인구감소관심지역 18개를 대상으로 방문자 데이터를 분석해 인구 감소에 대비한 관광 해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공사 관광데이터서비스팀의 류설리 전임은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로 살펴본 K콘텐츠를 통한 인바운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류 관광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 전임은 "동남아 거주 10~30대 여성이 K콘텐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주요 타깃으로 조사됐다"며 "'한류 콘텐츠에서 본',
'SNS 올리기 적합한', '힐링 및 휴양', '우수한 자연 경관' 등을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전략본부 본부장은 "지역과 업계에서 이번 포럼의 다양한 분석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며
"관광공사는 앞으로도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관광 데이터 분석 등 관광 활성화 해법 연구와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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